교사는 어떠한 주제로 수업을 진행해야 휴대폰을, 유튜브를, 인스타를, 쇼츠를, 틱톡을 이길 수 있을까?

전문계 고등학교 문학교사의 질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전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만나과 상황을 통해 고민해 본 질문들입니다. 정답을 찾으려는 질문이 아니라, 대답을 찾으려는 질문들입니다. 2023 물꼬방 여름연수 때 선생님들과 나눌 질문이기도 합니다. 질문에 답하시다 보면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문학수업을 어떻게 기획하고 싶은지 방향이 잡히실 듯합니다. 부디 도움 되었으면 합니다.

 

 

 

1. 휴대폰이 전면 허용된 교실에서 교사는 어떠한 주제로 수업을 진행해야 유튜브를, 인스타를, 쇼츠를, 틱톡을 이길 수 있을까?

1) 지식 2) 감정 3) 경험 4) 등급 5) 욕망

 

--> 감정. 저에게는 감정입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에 가장 강력한 매개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감정에 예민하지만, 감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잘 다루지도 못합니다. 감정을 알아보고, 둘러보고, 살펴보고, 깊이 보고, 돌아보는 이야기들에 학생들은 깊이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정을 살피는 일에 국어교과는 가장 잘 어울립니다. 감정이 얽혀 있는 상황과 인물을 가장 깊이 파고드는 교과이기 때문입니다.  

 

지식 폭발의 시대입니다. 지식이 온갖 곳에 널려 있습니다. 학교 안에도 있지만, 학교 밖에는 더 많습니다. 학교는 이제 지식을 전하는 유일한 곳이 아닙니다. 이제 학교는 학생과 지식을 매개하거나, 학생에게 지식을 동기화 하는 센터여야 할 듯합니다. 

 

경험 폭발의 시대입니다. 언어의 시대에는 경험도 결국 언어였습니다. 언어를 다루지 못하면 경험도 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영상의 시대입니다. 영상의 시대는 경험의 시대입니다. 언어 없이도 경험을 바로 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원하기만 하면 어떠한 경험도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직접 경험입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직접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경험을 시청하는 것에 비해 경험을 직접 해 내는 기회와 시간은 점점 줄어가는 듯합니다. 학교의 방향은 학생의 경험을 더 확대해 가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등급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점점 쓸모를 잃어가지만, 여전히 쓸모가 있습니다. 공정함에 대한 요구의 한 결론은 등급인 듯합니다. 내신과 수능에서, 등급에 쓸모있는 수업을 만들어야 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너머에 더 욕심이 납니다. 등급에 대한 쓸모를 기본으로 하지만,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경쟁은 필요합니다. 경쟁에 동의합니다. 다만, 패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돌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경쟁에 동의합니다. 잊지 않고 싶은 것은 경쟁도 결국 도구라는 것입니다. 경쟁이라는 도구로 이루어야 할 목표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목표를 잃은 도구는 재앙입니다. 세상의 모든 칼이 그렇듯이, 세상의 모든 경쟁도 그렇습니다. 

 

욕망은 강력합니다. 그래서 욕망은 위험합니다. 쉽게 다가갈수도 없고, 쉽게 다루기도 어렵습니다. 욕망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대할 수 있는 영역은 감정까지 인 듯합니다. 감정 그 밑에 욕망이 있습니다. 결국 욕망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욕망은, 교사가 다룰 수 없거나, 혹은 다루지 말아야 할 영역인 듯합니다. 

 

 

2023.06.05 - [교사 - 지치지않는수업/대화-묻기.답하기.공부.] - 전문계 고등학교 문학교사의 질문

전문계 고등학교 문학교사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