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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맛집

수업단상

by 인강 201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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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소에 대하여

                                    정현종

 

모든 장소들은

생생한 걸 준비해야 한다.

생생한 게 준비된다면

거기가 곧 머물 만한 곳이다.

물건이든 마음이든 그 무엇이든

풍경이든 귀신이든 그 무엇이든

생생한 걸 만나지 못하면

그건 장소가 아니다.

(가령 사랑하는 마음은 문득 생생한 기운을 돌게 한다.

슬퍼하는 마음은 항상 생생한 기운을 일으킨다.

올바른 움직임은 마음에 즐거운 청풍을 일으킨다)

생생해서 문득 신명 지피고

생생해서 온몸에 싹이트고

생생해서 봄바람 일지 않으면

그건 장소가 아니다.

오 장소들의 지루함이여,

인류의 시간 속에 어떤 생생함을

한 번이라도 맛볼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드문 그런 은총을

한 번이라도 겪을 수 있는 것인지......

시간은 한숨 쉬며 웃고 있고나.

그나마 시와 그 인접예술들은

곧 장소의 생생함이어야 하므로,

모름지기 우리의 시간

그리하여 우리의 사는 곳이

생생하기를 바라는 움직임이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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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맴도는 시..

 

...나의 수업이 생생하기를 바라며..

 

 

 

 

 

 

 

 

 

 

 

 

 

 

 

 

 

2.

 

수업을 마친 후, 교사에게 보내는 학생들의 최고의 헌사는?..

 

..선생님, 저, 소름 돋았어요.

 

 

 

 

 

 

 

 

 

 

 

 

 

 

 

 

 

3.

 

학자는 책으로 말한다.

 

정치인은 정책으로 말한다.

 

그럼 교사는?..

 

교사는, '수업'으로 말하지.

 

짜투리 몇 분에, 여흥으로 넣어보는 몇 마디 세상 이야기나

 

쓰러지는 아이들, 그 졸음 잡으려 풀어보는 농담 몇 마디 정도가 아니라,

 

나의 수업으로 진행되는 50분-그것의 5할을 넘기는 시간 안에서 만들어가는

 

내가 존재하는 방식(나의 말과 나의 형식과 나의 관계를 비롯한..)

 

그 모든 것으로..

 

나의 수업-그 자체로, 나는

 

너무도 완강하게, 말하지.

 

 

 

 

 

 

그래서 몇 가지 부탁은,

 

부디 '객관'이라거나 '중립'이라는 거짓말을

 

자신에게는 하지 말 것.

 

주관 앞에 솔직할 것.

 

편견 앞에 맹렬할 것.

 

논리 앞에 겸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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