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뜻밖의 맛집

by 인강 2011. 12. 3.
반응형

어제였다. 하루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수업시간 15분이 지나도록 수업준비를 하지 않고, 참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내 표정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끝내 화를 냈다. 문제는 화를 냈다는 것이 아니라, 화를 '잘'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말동안 이런저런 일로 몸이 많이 피곤한 탓이었는지 제대로 화를 못냈다. 그래서 더 화가 났고, 심지어는 짜증까지 났다.

 

나는, 교사가 화가 날 때는,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화'가, 감정이 불연소된 매캐한 느낌의 '짜증'이 아니라, 차고 맑은 '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를 낸 후에는, 교사도 학생도 서로 맑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가끔 내 몸과 맘이 모두 건강하고 스스로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숨을 잘 골라 내면,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다가가면서도 나 역시 내 기운을 다시 얻어서 좋을 때가 있다. 하지만  몸과 맘이 리듬을 못찾을 때면 그 매케한 감정의 찌꺼기가 내내 마음에 남아 아주 불쾌하다. (물론, 아이들도 불편하고 불쾌할테다.)

 

어제 그랬다. 특히나 불쾌했던 것은 나의 말 때문이었는데, 난데 없이 내가 '강남 논술 강사' 운운 하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1년에 몇 억씬 받는다는 그들을 데려다 놨으면, 한 시간 10만원 한다는 수업에 여러분이 진짜 10만원을 내고 들어오는 수업이었다면, 이렇게 했겠느냐며 '짜증'을 냈다. 내 나름으로는 그들에 뒤지지 않을만큼 준비하고 쏟아내서 준비하는 수업인데, 부디 나와 우리의 수업을 무시하지 말아달라..는 뜻이었으나, 돌아와 생각해 보니, 부끄러울 뿐이었다. 고작, 돈 얼마에 수업의 가치를 재는 말이라니..갑갑한 마음에 고해하듯 집에 돌아와 안해에게 이야기했다. 많이 혼났다. 혼날만 했다.

 

안해의 조언대로, 오늘 수업에 들어가 먼저 사과했다. 내가 잘못했다고, 다만 3월 첫 시간 이야기하던 교사와 학생의 최소한의 예절-그 거리를 여러분이 넘어섰다는 느낌이었고, 나로서는 굉장히 소중한 것을 무시당했다는 느낌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오해로 여겨질 말들을 사과하고 원래의 뜻을 이야기했다.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하는, 마지막 말을 할 때는, 말끝이 좀 떨려서 무안했는데, 그 순간 만큼은 아이들이 진지하게 대답을 해 주어서 고마웠다.

 

(그러나, 수업 시작 30분 후, 몇 몇 아이들은, 그 와중에도 졸더라..에고..참..흠.....ㅡ,.ㅡ;;)

 

하..암...교사는 참..재밌지만, 고달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