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수업-동국삼강행실도에서 군가산점까지..

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동국삼강행실도가 나온다. 시대와 언어의 관련성을 살피는 단원인데, 열녀에 대한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좀 더 깊은 수업을 하고 싶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수업을 설계해 보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누웠는데, 뭔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아서 잠결에도 수업의 틀이 뱅뱅 돌아 좀 어지러웠다. 그래서 정리해 본 것은 다음과 같다.

 

 

 

1. 기본내용파악

 

동국삼강행실도의 열녀 부분을 먼저 익힌다. 기본적인 사실과 내용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질문-

 

"과연 이 정도의 이야기가, 조선시대 열녀 이야기의 전부일까? 혹은 그 평균이나 될까?

조선의 여성들은, 조선의 열녀들은 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2. 깊고 넓은 이해

 

강명관 <열녀의 탄생>에 수집된 여러 열녀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같이 읽는다. 고려시대, 조선 초기, 조선 중후기의 사례를 정리하는데, 각 시대별 특징이 드러나도록 적절히 교사가 편집하는 것이 좋겠다. 정녀와 의부 / 수절만으로도 정녀 / 살을 떼어 내고 손가락을 자르고 비참하게 죽어야 될 수 있었던 '열녀'의 탄생..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각 시대별 '열녀'의 조건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아이들이 직접 모둠별로 토의해서 찾도록 해도 좋겠다.

그리고 질문-

 

"대체 왜 조선의 여성들은 '열녀'가 되려고 했을까?"

혹은

"대체 왜 조선의 '열녀'의 조건은 그렇게 가혹해졌는가?"

 

 

 

 

 

 

 

3-1. 비판적인 측면의 감상

 

고민이 깊어진 후에는 강명관 <열녀의 탄생>에 정리된 국가-남성이 여성의 몸-맘을 왜 수탈-통제-착취-소유했는지를 정리한 부분을 같이 읽는다. 두꺼운 책의 양에 비해 이 부분을 정리한 부분은 앞에 한 부분, 마지막 쯤 한 부분으로 그리 길지 않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 같이 읽기에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질문-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서 열녀함양박씨전(..이게 맞나? 에고..기억이 잘 안난다. ㅡ,.ㅡ;;)의 내용을 같이 보고 토론하면 좋겠다. 열녀가 되기 위해 자살한 여인에게 옥황상제가 다시 살려 보내주겠다고 하니 그 여인이 내가 다시 돌아가면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했던 그 부분을 같이 보고, 내가 만약 옥황상제라면, 이 여인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지 글쓰기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3-2. 비판적인 측면의 감상

 

여기에 더해,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열녀(= 국가-남성의 윤리로 자신의 육체와 삶을 학대하면서도 그것을 우월함의 근거로 삼는 이들)가 없는지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화장품, 몸매, 성형 이야기들이 다 나올 수 있겠지. 이 때 영상물-지식채널 e 의 '전족이 아름다운 이유'를 보고, 그렇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의 전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다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그 중 하나를 잡아 그와 관련된 괜찮은 글을 함께 읽고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어떤 글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여성학에 대해 공부해 본 지가...가물가물해서..흠..공부를 좀 해야겠다.

 

(이 부분에서 나는, 여학생들과 언젠가 한번은 꼭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화장품이 건드리는 여성의 심리와 욕망, 그것이 얼마나 건강한지 살피고 이미 다국적기업으로 세계 자본의 한 축이 된 이들 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의 욕망은, 진짜 나의 욕망인가?..대답이 어떠하든,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혹은, 난 아직까지도 이 이야기를 성권력보다는 국가권력의 이야기로 풀어보는 것을 고민중인데, 현대의 열녀를 찾는데 그 대상을 '여성'안에서만 찾지 않아도 되지 않을가 싶다. 뭐, 구체적인 이야기야 저번 시간에, 또 밑에 글에 썼지만...음...근데 이건 좀 고민이 된다. 찬찬히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맥락과 배경지식을 이해해야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지. 과연 평균적인 고등학생의 수준으로 이 정도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까..자신이 없다. ㅡ,.ㅡ;;

 

 

 

 

4. 비판과 상상

 

이갈리아의 딸들. 남자애들이 읽으면 그야말로 '이갈리게' 만드는 이 책의 어느 한 부분을 여학생들과 같이 읽는다. 권력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상황을 그려보는 것-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자면, 이 책 안에도 여전한 억압과 불평등을 함께 논의해 보는 것이다. 남성의 시대에서 이제 여성의 시대로 나아가자!!..가 우리의 결론이 되어야 할까? 글쎄..당한 만큼 돌려주는 것으로는 평화와 공존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할까?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는 '개인의 의식' 운운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끝나면, 맥빠진다. 명확히,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로 선을 긋고 정책이든 제도든 뭐든 상상해 보라고 해야 하겠다. 세상 사람 착하게 되면 당연히 전쟁은 안나겠지. 그러나 그런 말은 누구나 알고, 누구나 할 수 있어서 아무런 힘도 없는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또렷하게, 근성 있게 고민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필요하겠다.

 

이 부분에서, 군가산점 문제-정확히 "여성의 군역 의무"에 대한 논란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도 좋겠다. 남녀공학인 학교라면 더 불이 튈텐데..(아..생각만 해도 즐겁다. ^^), 너무 불이 튀지 않게 교사가 잘 조절하면, 냉정하게 서로의 논리를 따진다면 성 평등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아주 좋은 고민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 더 자유로운 상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아..그 소설 제목이 잘 생각이 안나는데..쿼런틴이었던가...SF소설인데, 이 소설을 다 읽는 건 아니고 이 소설의 설정 하나를 빌려서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이 별의 생명체는 지성을 가지고 있고 문명도 아주 높은 수준인데 그들이 지구인과 유난히 다른 것은, 그들은 성의 구별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의 어느 달-발정기간이 되면 성이 구별되는데 스스로 남성 혹은 여성으로 자신의 성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설정을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만일 지구별의 인간들이 이런 생물학적 특성이었다면 지금의 세상에서 없어졌을 거 같은 것 3개와 지금은 없지만 생겼을 거 같은 거 3개 정도를 생각해서 써 보라고 하면 재밌는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

 

 

 

5. 정리

 

마지막에 정리하는 영상으로 지식채널 e '이방인'이 있다. 여자에 유태인에 나이 마흔에 영어를 할 수 없고 당시 사람들이 혐오하던 '독일어'만 할 수 있었던 거더 러너가 어떻게 페미니스트 역사학자가 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정리한 영상인데, 음..영상 자체로는 큰 무게감이 없지만, 이 수업의 마무리로 보여주면 아이들이 '여성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데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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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이걸 다 하려면 못해도 6차시 정도는 필요하겠다. 거기에 토론과 글쓰기를 공들여서 한다면 넉넉잡아 8차시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인 자료와 질문은 본격적으로 수업 설계에 들어가봐야 알겠지만, 뭐, 일단은, 대충 이정도의 아이디어가 지금 내가 해낼 수 있는 전부인 듯하다. ^^

( ...음..근데 이거, 돌이켜보니, 지난 노니모해하면서 우리가 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로군. 역시..사람은 좀 배워야돼. ㅋㅋ ^^)  

 

썬, 아이들이랑 수업 잘 해 보고, 나한테 꼭 이야기 좀 해 줘라.

 

수업자료와 구성이며 아이들의 반응과 글까지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