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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맛집/작곡 작사 인텐스

파란 테슬라, 어떻게 만들었냐고요? (feat. 부아c님)

by 인강 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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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었습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 좀 더 친해져보고 싶어 캠핑을 준비했습니다.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밤과 함께 대화가 깊어졌습니다. 그러다 올해 새로 온 25살 청년 동료가 뮤지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창작과 작곡, 작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우리가 사랑하는 노래와 추억과 가수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제가 늘 동경하던 세계, 감히 가까이 갈 생각도 못했던 세계, 너무 대단하고 아름다워서 가까이가기조차 두렵게 느껴지는 그 세계에 대한 제 사랑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 25살 청년 동료님에게 한 마디를 들었습니다. 가슴이 쿵 했습니다.

"일단, 그냥 먼저 해 보세요."

 

 

 

다음 날, 텐트를 걷고, 짐을 정리하고, 모두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도 제 머릿 속에서 내내 웅 웅 울렸습니다. 일단, 그냥, 해 보세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냐고.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최근에 감정이 턱 밑까지 차오르던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그 순간을 일단 써보라고. 그리고 시처럼, 노래처럼 줄을 나눠보라고. 그렇게 정리하면서 그 때의 감정, 그 때의 상황, 그 때의 표정이 떠오를만한 소리를 찾아보라고. 말이 쉽지 자신도 쉽지 않다고 하는 그 말을 내내 떠올리면서 저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그래 해 보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그 즈음에 저는 감정이 턱 밑까지 차올르는 것을 겨우 꾹꾹 누르던 순간이 몇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동료를 찾아가 작업을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지 한 달 후에, 청년 동료와 정기적인 작업을 기획했습니다.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진행해보니, 일이 되게 하려면 최소한 3가지가 저에게는 필요했습니다.

1 시간. 월요일 저녁 5시부터 9시까지. 무슨 대단한 일을 한 번에 하려는 듯이 하지 말고, 다른 일 다 접고 세상 끝낼듯이 하지 말고, 즐겁게, 지치지 않게, 오래오래, 혹여 결과가 바라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해도, 이 시간 그저 우리가 즐거울 수 있도록. 이 시간 자체가 우리에게 결과일 수 있도록.

2 공간. 청년 동료의 오피스텔에 작업실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오피스텔 건물의 왼쪽 꼭대기 모서리에 작은 테라스까지 딸린 9평짜리 원룸. 두명이 앉으면 꽉찰만한 작은 오피스텔이었지만 작업과 녹음을 진행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었습니다.

3. 돈.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청년 동료님에게 계좌번호를 물었습니다. 50만원을 보냈습니다. 근 3년 모아 놓은 용돈통장에서 제가 지출한 가장 큰 돈이었습니다 ^^;; 평소에 별다른 소비를 하지 않고, 겨울 코트 하나 살 때도 몇 퍼 포인트까지 일일이 비교하는 저를 알고 있는 아내는 굉장히 놀라워했습니다만, 저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돈은 귀하지만, 돈은 요사스럽지요. 단 돈 몇 만원에도 사람 마음을 상하게 하는 힘이 돈에게는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있지요. 작업을 하기로 했으면 온전히 작업에 집중했으면 했습니다. 다른 감정적인 소비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었지요. 즐겁게 먹고, 즐겁게 마시고, 즐겁게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데에는 활동비를 정해 놓는 것이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지요. 사람이 먼저 입니다. 이 3가지는 모두, 함께 작업을 시작하기에 괜찮은 사람이라는 판단이 먼저 들었기 때문에 준비한 것일 뿐, 먼저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사람이지요.

음악은 외로운 작업입니다. 가사를, 멜로디를 뱉어내기 전까지 당신의 가사와 멜로디는 당신의 안에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당신의 능력을 존중하는 일이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원래 보이지 않는 걸 존중하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건 당신에 대한 신뢰 이전의 문제입니다. 사람의 감정을 대하는 상당한 훈련과 경험으로 다져진 태도가 필요한 일입니다. 당신의 글과 소리와 감정과 이야기를 존중하면서도, 흔하고 익숙하고 텐션이 없고 지루한 것을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동료로 모실 만하지요.

당연히 그런 분들은 흔하지 않고, 당연히 그런 사람을 찾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나 음악을 작업할 때는 더 그렇습니다. 당신의 글과 소리가 곧 당신의 가장 은밀한 속살 같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어서, 당신의 가사와 멜로디의 부족한 점을 당신이 가장 인정받고 싶은 동료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그 지적이 꼭 나를, 나의 감정을, 나의 삶과 나의 이야기를 지적질 하는 것 같아서 상처 받을 수 있어요. 이걸 넘어설 수 있는 동료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멈추라고 할 때 멈출 수 있는 동료여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은 세상에 귀합니다. 정말 중요하고, 그래서 정말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당신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런 귀한 동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청년 동료님은 이미 그런 태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 젊은 나이에 이미 그런 태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존경스러웠습니다. 함께 해 볼만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시작했고 내내 저희는 함께 애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참 즐겁게 지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 수익배분

좋은 동료와 오랫동안 즐겁게 작업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단단하게 해 두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수익배분에 대한 것입니다.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돈이 요물이라서, 대단한 돈이 아니어도 단 몇 만원, 단 몇 천원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로 마음에 상처가 생깁니다. 돈이 오가면 당장 사람 마음에 날이 서서, 그게 나의 가치에 대한 판단으로 자꾸 들려서, 혹은 미래 어느 날 큰 수익이 났을 때도 이렇게 날 대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당겨 와서, 서로의 신뢰에 금이 가게 됩니다.

동료가 생긴다면, 함께 팀을 이루기로 했다면, 처음부터 명확하게 솔직하게, 논리로 감정으로 수익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합니다. 외국의 밴드들은 팀을 결성하면 바로 먼저 시작하는 대화가 돈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운영비, 식사비, 수익에 대한 배분, 작사 작곡 편곡 피쳐링 대금의 비율 등등.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얼렁뚱땅 절대 안됩니다.

음악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면, 당신은 뮤지션이자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자의식이 명확히 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음악이라는 상품을 파는 사람입니다. 무료봉사로 다니는 사람이 아닙니다. 돈은 중요합니다. 돈은 우리를 뮤지션으로 살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어야 우리는 음악작업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습니다. 뮤지션으로서의 당신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돈입니다. 진지해져야 합니다. 솔직해 져야 합니다.

수익은 다음의 과정을 거쳐 발생합니다.

1 음원완성 : 당신이 작사, 작곡, 편곡을 거쳐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완료하여 음원을 완성하면, 일단 상품이 완성된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 이제 시작입니다.

2 음원유통사 : 일종의 출판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신이 책을 한 권 완성하면 출판사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음원유통사는 음원유통과 관련한 업무를 대신하여 당신의 음원을 가능한 모든 음원 플랫폼에 보냅니다. 대표적으로 멜론, 애플뮤직, 웨이브, 플로, 지니 등등이 있습니다.

3 수익배분 6:4(혹은 7:3) : 당신이 6, 음원 유통사가 4. 대개 이렇습니다만, 일부 유통사에서는 7:3 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유통사마다 서비스나 조건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홈페이지 계약 부분을 꼼꼼히 읽어보시고, 후기도 두루 읽어보시고 계약하시길 바랍니다.

4 500원의 위대함 : 정확한 금액은 모르지만 제 경험으로 볼 때, 1스트리밍 당 대략 1.8원 정도 받는 것 같습니다. 100회 스트리밍이면 180원인 셈이죠 ㅎㅎ ^^;; 정산은 대개 월 단위로 하는데, 이 때 500원이 안되면 대부분 이월됩니다. 500원이 채워질 때까지 이월 되다가 500원이 넘으면 그 때 지급됩니다. 신인 뮤지션들 중에는 음원을 올리고도 단 몇 원이라도 정산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도 너무도 많습니다. 500원 벌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돈에 대한 이야기는 액수도 중요하지만, 비율도 중요합니다.

보통 작사 4 작곡 4 편곡 2 이렇게 수익을 나눕니다. 저는 처음에는 편곡 2가 너무 적은 듯했습니다. 편곡자가 노력하고 고생한 것에 비해서 비율이 낮은 듯해서요. 그런데 몇 곡 음원을 내다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좀 거칠게 말하면, 편곡은 배우면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쉬운 작업이 아니고 감각과 열정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어쨌든 엔지니어링은 배우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사작곡은 배운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제일 중요한 훅. 후렴의 멜로디와 가사를 보통 훅, 싸비, 코러스 라고 하는데,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이 훅을 만드는 것은 배운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대중이 음악을 듣게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대부분 이 훅에서 나옵니다. 음악 비지니스 측면에서 작사 작곡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뮤지션은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입니다. 비지니스에서는 물론 노력이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입니다. 노력이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노력을 안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력은 당연한 겁니다. 다른 것은 다만 결과일 뿐입니다. 그래서 결과가 중요해요. 이게 비지니스에요. 우리는 감정과 열정을 다루는 뮤지션이자 음원이라는 상품을 파는 장사꾼입니다. 이걸 정확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신이 뮤지션으로 살고 싶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즐겁게 오래 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812602 

 

파란 테슬라 - 라운드테이블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www.melon.com

 

부아c님의 제안으로 시작한 글이 여기까지 왔네요. 써 놓고 보니, 오히려 제 마음이 정리된 것 같아 참 좋습니다. 이런 귀한 제안을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특히나 뮤지션으로 살기를 꿈꾸는 분들께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음악 안에서 즐겁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부아c님, 이 정도면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