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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디 라마르. 헐리우드의 최고 영화배우.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만든 과학자. 6명의 남편. 정말 아름다웠으나 정말 추하다고 조롱받던.

by 인강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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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디 라마르(Hedy Lamarr)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배우로 1930-40년대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입니다. 헤디 라마르는 삼손과 데릴라(1949), 컨스피레이터스(1944), 컴 리브 위드 미(1941)에서 주연을 맡아 크게 흥행했습니다. 또한 헤디 라마르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개발한 위대한 과학자이며 공학자입니다. 헤디 라마르는 주파수 변조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로 발명을 해 냈는데, 이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와 같은 현대에 크게 보편화된 무선 통신  기술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라마르는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과 헐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인물입니다. 

 

헤디 라마르. 1914-2000.

 

 

레스터 델 레이의 '헬렌 올로이' 소설 토론 자료를 모으다 이 인물을 발견하고 정말 놀랐습니다. 학생들과 같이 나눈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왜 헬렌의 이름은 헬렌이었을까? 작가 레스터 델 레이는 1930년대, 헐리우드의 최저성기의 시대를 살면서,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가득했던 그 시대를 살면서 왜 하필, 이 소설의 여성형 인공지능 로봇에게 '트로이의 헬렌'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일까?" 이 질문을 이어갈 자료를 찾다가 헤디 라마르를 만나게 되었네요. 정말 아름다우신 분. 이 분에 대해 더 궁금해졌습니다.

 

 

 

1. 1930-40년대, 헐리우드 골든 에이지의  대표 배우

헤디 라마르은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에 이르는 할리우드의 골든 에이지 시절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높은 아름다움과 우아한 매력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했으며, 그녀의 영화 작품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까지는 할리우드의 '골든 에이지(Golden Age)'였습니다. 이 시기에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예술적인 퀄리티와 대중적인 인기를 동시에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으며, 대중영화의 인기가 폭발한 시기였습니다. 할리우드가 전 세계적인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상업영화를, 이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이 정도로 방대한 양을 생산할 수 있던 것은 헐리우드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당시 헐리우드의 배우와 감독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후대의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당시 활약했던 배우들 중에서도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오랫동안 커리어를 이어간 배우가 바로 헤디 라마르 입니다. 

 

헤디 라마르. 삼손과 데릴라.

 

2. 헤디 라마르의 대표작품 '삼손과 데릴라'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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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디 라마르는 오스트리아 무기 제조업자인 부유한 남편을 피해 파리로 달아났다가 이후 런던에 가서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 영화사 대표인 루이스 B. 메이어를 만나 헐리우드 영화 계약을 제안받고 이후 1930~1950년대에 걸쳐 스타로 활동하면서 <알지어즈>(1938년), <붐 타운>(1940년), <아이 테이크 디스 워먼>(1940년), <동지 X>(1940년), <컴 리브 위드 미>(1941년), H.M. 플햄 변호사>(1941년), <삼손과 데릴라>(1940년) 등의 히트작을 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손과 데릴라로 가장 많이 알려졌습니다. 

 

 

 

 

헤디 라마르의 대표작품 '삼손과 데릴라'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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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헤디 라마르의 대표 발명 -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헤디 라마르가 발명한 무선 통신 기술의 현대의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시기에 미국 정부는 함선과 비행기에서 사용되는 무선 통신 기술의 암호화와 보안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당시에 무역 해운업을 하던 남편 미국 해군의 요청으로 헤디 라마르는 과학자 조지 안소프와 함께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와 안소프는 연속적으로 변경되는 주파수를 이용하여 무선 신호를 암호화하는 "주파수 변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독일의 잠수함이 무선 전파를 방해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무선 전파를 임의의 주파수에서 다른 주파수로 바꿔가며 보내는 "점진적 주파수 변조"라는 기술을 고안하였습니다. 이 기술은 당시에는 실용적인 용도가 없었지만, 이후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등의 무선 통신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기술이 미국 정부와 함께 개발되었기 때문에, 헤디 라마르와 조지 안소프의 업적이 인정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두 사람의 공로가 인정되어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큰 공로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헤디 라마르. 영화 밤쉘의 한 장면.

 

 

4. 헤디 라마르와 남자들

헤디 라마르가 무선 통신 기술 개발에 착수한 계기는, 두 번의 결혼 생활에서 각각 유럽의 권력자와 군인과의 교류를 통해 무선 통신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남자는 첫 번째 남편인 프리드리히 만들은 라마르보다 13살 연상이었습니다. 무기상으로 돈을 번 부자여서 당대의 첨단 과학 기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당대의 정치 정세에 민감했했다고 합니다. 라마르는 만들의 아내로 저택에서 무기상과 과학자들의 모임을 진행하면서 세계 군사과학과 기술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만들의 공장과 제품에 대한 경험으로 풍부한 실무능력도 쌓았던 듯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이었던 만들은 파시즘 사상에 심취해 있어 파시즘에 적극 동참했습니다. 라마르는 결국 1937년 25살 때에 첫번째 남편인 만들과 이혼하고 이름을 "헤디 라마르"로 개명하고 미국으로 이민했습니다. 

두번째 남자는 세기의 로맨스로 당대에도 유명했던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입니다. 하워드 휴즈는 20세기 미국의 비즈니스맨, 항공기 제조업자, 영화 감독이었습니다. 1920년대 후반부터 항공기 제조 산업에 참여하여, 세계 최초의 수송용 고속기로 인정받는 H-1 레이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TWA 항공사를 창립하고, 전 세계적으로 성장시키는 등 항공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라마르는 하워드 휴즈와 연인으로 있으면서 항공산업과 기술, 무선통신 기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하워드 휴즈는 각종 실험장비와 관련 자료를 헤디의 촬영장 트레일러에 셋팅해 주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헤디 라마르는 6번 결혼했습니다. 유태계 무기상으로 파시즘에 적극 참여했던 프리드리히 프리츠 만들(1933-1937), 미국의 극작가 겸 제작자였던 진 마키(1939-1941), 미국의 영화배우였던 존 로더(1943-1947), 스위스의 악단 지휘자 겸 사업가였던 어니스트 슈타우퍼(1951-1952), 텍사스의 석유재벌이었던 하워드 리(1953-1960), 미국의 변호사로  헤디 라마르의 이혼소송을 담당하다 결혼하게 된 루이스 보이스(1963-1965)입니다. 

 

 

 

5. 헤디 라마르는 행복했을까?

화려했던 젊은 날, 헤디 라마르는 행복했을까요?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러나 50대 이후 헤디 라마르는 행복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것 같습니다. 헤디 라마르는 50대 이후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자신에 대한 각종의 사건에 모두 고소로 대응해 법원에 출두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고, 백화점에서 옷과 악세사리를, 약국에서 약을 훔치고 나와서 겨우 몇 십 만원 어치의 도둑질로 경찰서에 수감되엇고, 나이 든 얼굴에 대한 혐오감으로 성형중독이 되어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도 얼굴을 보고 만나지 않는 등 은둔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 플로리다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 

20대에서 40대까지, 아름다운 외모와 지적인 매력으로 영화배우이자 과학자, 발명가로 수 없이 많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살었던 30년, 50대에서 80대까지 고소와 도벽과 성형중독으로 사람들의 비아냥과 조롱을 받으며 살았던 30년. 정말 극적인 삶을 살아온 헤디 라마르. 그녀는 정말 행복했을까요? 그녀는 80여년의 삶을 정리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노년의 헤디 라마르가 정말 궁금해 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천재 발명가 헤디 라마르 다큐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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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헤디 라마르, 때가 왔군요.

1997년입니다. 헤디 라마르는 전자 프런티어 재단으로부터 선구자상을 수여 받았습니다. 헤디 라마르가 이 때 남긴 수상소감이 유명합니다. "때가 왔군요"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고 합니다. 과학자이자 공학자로서 드디어 대중적인 인정을 받게 된 순간인 것이죠. 이후 1998년 오스트리아 발명가 협회에서는 헤디 라마르에게 빅토르 카플란 메달을 수여했습니다. 2014년에는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현재 여러 단체에서 헤디 라마르를 기리며 상을 제정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수학 및 수학응용학회가 2020년 헤디 라마르 상을 만들어 2021년부터 수여 중입니다.

"때가 왔군요." 어쩌면 헤디 라마르는 오랜 시간 동안 영화배우만이 아니라, 과학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때를 기다려 온 것이 아닐까 싶네요. 어쩌면 이것이 헤디의 마음 속에 남은 큰 구멍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그 구멍이 메워지지 않아서 결국 자신을 망가뜨리는 행동들을 50이 넘은 나이에도 그렇게 저질렀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알 수 없고,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왠지 그렇게 생각하니 더 안쓰럽고 더 쓸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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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총평

헤디 라마르. 아름다움에 대한 놀라움과 지성에 대한 감탄으로 시작했다가, 씁쓸함과 외로움, 안타까움으로 마무리되네요. 헤디 라마르의 삶을 공부하면서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살피는 일이 먼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아무리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았어도,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고 있으며 어디까지가 한계이고 어느 것을 원하지 않는지, 내 욕망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알지 못하면, 나는 내 안에 구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겠구나 하는 것. 헤디 라마르는 노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느꼈을까요?

부디 그녀가, 그녀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매력적이며, 충분히 뛰어나다는 것을, 부디 그녀가 그녀 자신에게 말해주었기를 바랍니다. 그녀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말하며 살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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