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배트맨도 결국 늙고, 병들고, 편협하고, 감정적이며, 피곤한 인간입니다.
영웅 배트맨의 정의를 의심하는 것에 여전히 분개하실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그의 동생이자 각본가로 참여한 조너선 놀란 각본가도 그것을 충분히 고민한 듯합니다. 그래서 배트맨의 공정함에 대해 다시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속 또 한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배트맨이 조커에 의해 납치된 레이첼과 하비덴트를 구하러 가는 장면입니다.
브루스 웨인이 지지하는 고담시의 정의로운 검사 하비덴트와 배트맨이 사랑하는 여인 레이첼, 조커가 그 둘을 납치하여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폭탄과 함께 두었을 때 배트맨은 조커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며 심문합니다. 그 정도쯤이야, 어쨌든 액션영화 아닌가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입니다. 조커가 도저히 물리적으로 단 한 사람을 구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 되었을 즈음 두 사람이 잡혀 있는 주소를 알려주었을 때 배트맨이 달려간 곳은 어디였나요?
배트맨은 배트 바이크를 전속력으로 몰아 레이첼을 구하러 갑니다. 정의의 사도 배트맨이? 그랬습니다, 정의의 사도 배트맨이. 정의의 사도 배트맨은 정의의 검사 하비덴트를 먼저 구하지 않고, 자신의 연인 레이첼을 구하러 먼저 간 것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의 선택을 비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배트맨, 그러니까 브루스 웨인 또한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그 역시 늙고 병들고 편들며 피곤한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인간이므로 언제든 실수하고, 그가 실수할 때 그의 공정함은 무너지며, 그는 강력하기에 그의 공정함은 더 강력하게 부서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먼저 이것입니다. 그의 '공정함'을 진짜 '공정함'라 할 수 있을까요?
7. 조커에게 배트맨이란 공평함이라는 명분으로 고담시를 자기 마음대로 즐기는 또 한 명의 조커였을 뿐입니다.
조커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배트맨의 정의가 어떤 모순 위에 서 있는지. 조커가 배트맨에게 레이첼과 하비덴트, 두 사람의 주소를 바꾸어 말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이 조건에서, 배트맨은 충분히 조커를 이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배트맨은 조커의 예상대로, 너무나 개인적인 답을 선택했고, 결국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은 졌습니다.
배트맨이 자신의 신념대로 검사 하비덴트를 구하려 했다면 이 영화는 장렬하게 숨진 하비 덴트와 연인을 구한 배트맨 이야기로, 그러니까 배트맨의 완전한 승리로 끝났을 것입니다. 하비 덴트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그것은 영웅적인 죽음일 것이고, 시민들은 배트맨보다 더 강력한 신화를 얻어, 범죄와의 싸움에 더 강력하고 올바르게 나아갈 것입니다. 배트맨이 궁극적으로 바라던 것이죠.
그러나 배트맨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배트맨은 결국 레이첼을 구하려 했고, 그래서 레이첼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하비덴트는 몸과 마음이 모두 파괴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조커가 이겼습니다. 아니, 조커가 옳았다고 해야겠죠. 그의 통찰대로, 배트맨 브루스 웨인 또한 인간이었습니다. 조커에게 배트맨이란 공평함이라는 명분으로 고담시를 제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또 한 명의 조커였을 뿐인 것입니다.
조커가 배트맨에게 고담시에서 함께 재밌게 놀아보자는 제안을 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배트맨과 함께라면 정신병원 골방이라도 좋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조커가 자신의 상처에 괴로워하며 두려워하는 뒷골목 깡패에서 고담시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는 거대한 정체성의 빌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조커의 이상이 배트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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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커가 바라는 공정함은 순결하며 잔인무도한 이기주의 입니다.
영화의 첫 부분-은행강도를 하면서 동료들이 서로를 쏘아 죽이게 하는 장면부터 영화의 마지막-범죄자와 시민을 각각 태운 두 척의 배에 서로를 폭파시킬 수 있는 리모컨을 주고 서로를 죽이면 살려주겠다 제안을 하는 장면까지, 조커가 하는 범죄는 이상하리만치 고정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상표, 어떠한 조직, 어떠한 모임에도 속하지 않는 그가 몸에 가장 많이 지니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칼입니다. 하나를 둘로 잘라 내는 칼. 둘을 넷으로 잘라 내는 칼. 그 칼 말입니다.
조커가 원하는 것은 순결하고 잔인한 완벽한 이기주의의 세상입니다. 그것은 언뜻 혼돈처럼 보입니다. 조커도 스스로 그것을 혼돈이라 부르고, 자신은 혼돈의 엔젤이라 하죠. 그러나 도무지 질서나 신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혼돈의 세계에서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순결하고 잔인하며 완벽한 이기주의입니다.
조커에게 혼돈이란 오히려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것입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그 어떤 신뢰도 부정되는 세계, 오로지 생존을 향한 이기심만이 존재하는 세계, 그 이외의 질서란 모두 무너진 세계인 혼돈만이 모두에게 공평한 것입니다.
조커에게 현재 고담시에서 '공평함'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질서는 모두 위선이며 속임수입니다. 고담시의 강자들이 약자들을 계속 약자이게 만들기 위해, 약자들을 계속 지배하기 위해 강자들이 만들어 놓은 속임수이며 이 세계를 이대로 유지하려는 그들의 장치입니다.
이들에는 '배트맨'도 포함됩니다. 그들은 순결하고 잔인한 이기주의자면서 자신들이 이기주의자라는 것을 감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담시의 약자들은 계속 이기적으로 살지 못하도록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고담시의 약자들을 영원히 지배하려는 그들이야말로 불순하며 악의적인 범죄자들인 것입니다. 조커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결론은 옳은 듯 보입니다. 고담시를 순결하고 잔인하며 정직한 이기주의의 도시로 만들려는 그의 시도도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서로를 죽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유람선의 시민들과 범죄자들이 서로를 파괴할 폭탄의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조커는 한 번 졌습니다. 배트맨의 이기심을 증명한 것으로 조커가 한 번 이겼고, 시민과 범죄자들이 조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조커는 한 번 졌습니다. 이것으로 1 : 1 . 그러나 마지막 한 번의 실험이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하비 덴트였습니다.
9. 하비덴트가 바라는 공정함은 사법질서였지만, 투 페이스가 바라는 공정함은 1 : 1의 확률이었습니다.
하비덴트는 배트맨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하비덴트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했던 연인 레이첼을 잃었습니다. 자신의 조직과 명성도 잃었습니다. 외모도 육체도 잃었습니다. 그리고 신념도 잃었습니다. 하비덴트는 어둠의 도시를 구하려 했던 다크 나이트-배트맨을 대신하려 했습니다. 하비덴트는 대낮의 도시까지도 구하려 했던 화이트 나이트-백색의 검사였습니다. 그러나 하비 덴트는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자신이 사랑하고 믿고 기댔던 모든 것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되었습니다.
대체 무엇이 공정한 것일까? 부서진 하비덴트는 몸과 마음의 고통 속에서, 고뇌했습니다. 진통제도 일부러 거부하며 스스로 고통을 선택했습니다. 결국, 결합했던 모든 것들과 분리된 그에게서 터져버린 광기는 그를 투페이스(Two Face)로 만들었습니다.
투페이스는 한 쪽이 까맣게 타버린 하비덴트의 얼굴을 말합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한 쪽이 까맣게 타버린 동전을 말합니다. 투페이스가 하비덴트였던 시절, 그는 중요한 선택은 동전을 던져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동전에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동전의 양면이 모두 같은 모양이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동전을 던져도 그 결과는 같은 면만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비덴트 시절의 동전 던지기는 가벼운 농담이자 재밌는 쇼였습니다. 선택은 동전을 던지기 전에 결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투페이스는 레이첼이 죽은 현장에서 찾아낸, 한 쪽이 까맣게 타 버린 동전을 보며 고통에 울부짖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고통스럽게 했던 질문에 답을 얻습니다. 대체 세상에 공평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동전의 확률이었습니다. 1 : 1의 확률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했습니다. 수학적으로, 완벽한 결론이었습니다. 마침내 결론을 얻은 하비 덴트는 자신의 동전을 들고 자신과 레이첼을 이렇게 만든 범죄자들을 찾아갑니다. 자신의 세계를 부숴버린 부패 경찰과 부패 검찰, 그리고 배트맨까지. 그 배신자들을 찾아가 동전을 던져 단죄를 결정합니다. 그들의 얼굴에 총을 겨눈 투페이스는 동전을 던집니다. 앞면이 나오면 살고 뒷면이 나오면 죽습니다. 자신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너무도 공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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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배트맨 다크나이트를 이해하면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더 즐겁게 n차 관람할 수 있습니다.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액션 블럭 버스터입니다. 오프닝부터 비행기를 통째로 분해하며 납치를 하는 장면부터 풋볼 경기장 전체가 한번에 무너지는 장면 등 놀랍고 신선하며 발밑을 허무는 엄청난 규모의 액션신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야기의 치밀함은 다크나이트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거대한 액션을 빼고 나면, 브루스 웨인 개인의 서사와 베인(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의 서사의 대결입니다. 깊은 절망에서 무엇이 우리를 다시 희망하게 하는가의 과정이 이 영화의 테마입니다. 메시지는 간결하고 명확했습니다. 분명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적인 재미는 아쉬웠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내면의 갈등이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전작인 다크나이트에서는 개인의 내면이 밖으로 드러나 캐릭터가 되고 상징이 되어, 서로 경쟁하고, 싸우고, 파괴되고, 무너지고, 속이고, 부서지는 이야기였기에, 철학 블럭서스터 로서 정말 뛰어났습니다.
현재까지 20번 가까이 본 작품입니다만, 곧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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