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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브랜딩/툴툴툴- 소통

학생-책에 대해 질문하다

by 인강 2017.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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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무너졌다아니학생들이 무너졌다좀 더 정확하게는학생들의 척추가 만성적으로 무너졌다수업을 시작하고 5분 만에 학생들은 고꾸라지는 제 몸을 이기지 못했다물리적인 현상이었다수면시간이 2-3시간을 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또한 정신적인 현상이었다더 이상 교실 안에서 정신을 차리고 칠판을 봐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컴퓨터 게임 때문이었다접속하는 순간그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으로 만드는 체험은 강렬했다그는 선택했고세계는 반응했으며그는 성장했다이 모든 것들이 눈으로 화려하게 확인되었다다들 그러하듯이그들도 언제나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그곳에서 그들은 그러할 수 있었다교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교실의 주인공은 교사였다.

 

다음은 스마트폰이었다접속하는 순간그를 전 세계 네트워크로 연결해 주는 체험은 놀라운 일이었다사진촬영도영상제작도시와 소설시나리오나 웹툰까지도 만들 수 있는 도구가 이미 그들의 손 안에 있었다재미있는 컨텐츠는 돈이 되었고큰 돈이 되었고그것은 결국 의미가 되었다그러니까 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였다놀랍게도이 공간에서는 재미가 의미도 만들었다교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교실에서는 교과서와 진도가 의미를 결정했다재미는 안중에도 없었다.

 

교사가 수업의 중심이며 교과서와 진도가 수업의 가장 중요한 질서였던 교실이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점점 무너져 갔다그러나 교실을 무너뜨린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이제까지 그들에게 가장 든든한 뒷배였던 것이 그들을 배신했다그것은 입시놀랍게도 그것은 입시제도였다.

 

3년간 학생들의 삶을 기록한 학생부와 논술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전형이 확대되었다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가 전체 대학 입학생의 70%에 이르렀다결정적이었던 것은 일반고에서는수시전형으로 진학한 학생의 수가 대학에 진학한 전체 학생 수의 90%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수시전형은 일반고의 진학지도에서 학교의 역량을 가장 집중해야 할 일이 되었다.

 

수시전형을 이끄는 입학사정관들은 수능과 내신의 등급 외에학생에 대한 교사의 개별적인 기록을 요구했다문제는 그 기록이 평가가 아니라 관찰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들은 교사에게 학생 개인의 자발성과 성실성창의성문제해결력리더쉽과 팔로우쉽 등을 관찰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첨부하여 기록으로 남겨주기를 바랐다평가는 입학사정관의 몫이었다그들은 교사에게 기록을 원했다.

 

교사에게 고단한 요구였다그러나 피할 수 없는 요구였다학생들의 능력을 구체적으로 관찰하는 데에 일제식 강의는 비효율적이었다교사는 교실의 무대를 학생에게 넘겨야 했다학생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드러낼 동기와 계기를 마련해야 했다교과서의 권위도 빛이 바래 갔다진도가 아니라 학생을 따라야 했다교사는 학생의 선택에 반응하며 함께 격려하고학생 개인의 성장을 도모해야 했다그 모든 것의 시작은 자발성이어야 했다그러므로재미가 있어야 했다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교실에 들어왔다곳곳에서 원망과 피로의 한탄이 들려왔다어떤 이에게 그것은 정말 교실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전은 여기부터 시작이었다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현저히 줄었다교사의 목소리가 낭랑하던 교실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가득 들어찼다학생들은 서로 묻고 답하며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시작했다자신의 활동을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창작하는 일에 학생들은 열광했고 그들의 기록은 책으로사진으로영상과 영화로 확대되었으며 그 결과물들은 때로 네트워크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다그러다 돌아보니어느 새 그들 곁에 책이 쌓여갔다사용법이 간단하면서도 학생을 주인공으로 존중하고 학생의 다양한 취향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학생들의 논리와 감성을 자극하는 데에 책만한 것이 없었다교실이 무너지니 광장이 열리고 책장이 세워진 것이다.

 

학생책에 대해 질문하다.

질문게임수업첫 시간학생들은 교사가 복사해 온 청소년용 과학 도서의 한 챕터를 함께 읽었다두 번째 시간학생들은 자신이 읽은 부분에 대해 개인별로 2문제씩 모둠별로 8개의 문제와 정답을 만들고 문제의 중요도에 따라 별점을 매겼다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문제를 만들어야 했다협의가 끝난 후 교사의 검토를 통과하면각 모둠에서 한 명의 학생이 일어나 교사가 지정한 다른 모둠으로 가서 자기 모둠에서 만든 문제를 냈다쵸코파이 따위의 과자 상품이 흥을 돋웠지만 본래 퀴즈게임이라는 형식이 갖고 있는 흥겨움이 학생들을 깨웠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학생들이 저마다 낸 문제가 겹치는 일이 발생했다더구나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를 만들기 전에잘 만든 학생들의 문제를 시험에 내겠다는 큰일 날 소리를 했다그리고 시험에 진짜로 학생들이 만든 문제들이 나와 버렸다심지어 어떤 학생의 질문 중 일부는 그의 학생부에 기록되었다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그러나 당연한 일이었다그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학생들의 몰입도가 높아졌다오늘내가이곳에서 읽고 만든 질문이 곧바로 답을 찾고 중요도를 평가 받으며 수업의 중심이 되고 심지어 시험문제로 나올 수 있었다학생들이 책읽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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