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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득 벚꽃이 터지던 날
2013년 봄날의 어느 금요일 밤, 인천 자유공원,
어둔 하늘을 등지고 터져버린 한 가득 벚꽃들 사이를 거닐며
한움큼 입에 물면 달콤짭쪼름하지 않을까
봄내음 가득 들이쉬다 마음에 바람이 일었다.
그래서 떠난 막여행.
돌아오는 길 밤 11시,
안해가 적어준 준비물을 후다닥 큰 가방 하나에 몰아 넣고
10분 만에 나선 강원도 막여행.
갑작스런 여행에 들떴던 마음이 풀리고
일주일치 피로가 서서히 밀려들고
추레한 잠자리에 마음이 꺽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들에게 지친 새벽에는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무리를 했나 싶었으나
한낮, 강릉에서 맞이한 봄볕과 바람과 바다와 모래,
초당 순두부와 사천 물회와 가난한 성당으로
우리의 피로는 충분히 보답을 받았다.
내 삶에 빛나는 또 하나의 하루.
고맙고 고맙다.
강릉 초당성당에서 만난 부활의 십자가.
십자가를 고난보다 먼저 부활로 받아들이는
그 마음에 감탄하며
내 삶도 매일매일이 부활이길 기도했다.
2013년 막여행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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