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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브랜딩/툴툴툴- 소통

김병섭-교사가 지치지 않는 진도 수업 (feat. 학생이 참여하는 지필평가)

by 인강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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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먼저 정확하게 읽은 후에 관계를 파악하게 하는 지필평가

. 방법

1) 모둠대항 질문게임

학생들이 모둠별로 직접 바탕글에 대한 8개의 질문을 만들고 퀴즈대결을 통해 해답을 나누는 방법이다. 게임형식으로 진행하여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찾다 보니 학생들이 저도 모르게 글의 핵심으로 다가간다. 조는 학생이 크게 줄어든다. 대결을 정리한 후 서로 나눈 질문과 대답을 정리하다 보면 학생들의 눈빛이 깊어진다. 교사가 모둠 사이를 다니며 질문-대답을 살펴주면 더욱 좋다. 구체적인 진행순서는 다음과 같다.

 

모둠에서 바탕글에 대하여 개인별로 질문·해답 2개씩을 만들어 모둠별로 총 질문·해답 8개를 만든다.

모둠별로 협의하여 질문의 중요도에 따라 별점을 붙인다. (3× 3문제/ 2× 3문제/ 1× 2문제)

각 모둠원 중 한 명이 상대방 모둠원 한 명과 자리를 바꾸어 앉아 질문게임을 진행한 후, 별의 개수를 합산하여 알려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교사가 학생들이 제출한 문제지를 모두 모아 그 중에서 재미있거나 의미있는 질문들로 최종 퀴즈대회를 진행한다.

최종 점수를 합산하여 일정 수준 이상을 수행한 모둠에게 상품을 제공한 후 강의를 진행한다.

 

첫 시간, 학생들은 교사가 지정한 바탕글을 함께 읽었다. 두 번째 시간, 학생들은 자신이 읽은 부분에 대해 개인별로 2문제씩 모둠별로 8개의 문제와 정답을 만들고 문제의 중요도에 따라 별점을 매겼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문제를 만들어야 했다. 협의가 끝난 후 교사의 검토를 통과하면, 각 모둠에서 한 명의 학생이 일어나 교사가 지정한 다른 모둠으로 가서 자기 모둠에서 만든 문제를 냈다. 세 명이 협력하여 8문제를 다 풀었다. 한 문제당 대답할 기회는 한 사람에게 한 번씩이다. 협의는 가능하므로 자신이 틀리면 다른 모둠원과 협의하여 다음 답을 결정해야 한다. 세 명이 모두 실패하면 그 문제는 틀린 것으로 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8문제를 다 풀고 별의 개수를 합산하여 칠판에 적었다. 교사가 지칠 때는 한 모둠씩 더 자리를 옮겨 이 작업을 한 번 더 했다. 교사가 힘이 있을 때는 학생들의 학습지를 걷어 그 중 교사의 판단에 중요하거나 재치있는 질문을 선별하여 교사가 사회를 보는 퀴즈쇼를 진행했다. 쵸코파이 따위의 과자 상품이 흥을 돋웠지만 본래 퀴즈게임이라는 형식이 갖고 있는 흥겨움이 학생들을 깨웠다.

 

질문게임에서 질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닫힌 질문이다. 열린 질문은 제외한다. 바탕글의 사건과 인물, 상황과 맥락을 통해 우리가 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그것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글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질문게임을 진행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하는 교사의 약속이 있다. 그것은 학생들이 만든 문제 중 잘 만든 문제는 지필고사에 출제한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문제가 시험에 나온다는 기대가 학생들을 수업에 좀 더 집중하게 한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저마다 낸 문제가 겹치는 일이 발생했다. 더구나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를 만들기 전에, 잘 만든 학생들의 문제를 시험에 내겠다는 큰일 날 소리를 했다. 그리고 시험에 진짜로 학생들이 만든 문제들이 나와 버렸다. 심지어 어떤 학생의 질문 중 일부는 그의 학생부에 기록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오늘, 내가, 이곳에서 읽고 만든 질문이 곧바로 답을 찾고 중요도를 평가 받으며 수업의 중심이 되고 심지어 시험문제로 나올 수 있었다. 학생들이 책읽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모둠대항 질문게임을 진행하면 신기하게도 학생들이 만든 문제가 서로 겹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놀랍게도 바탕글을 통해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해결해 보고 싶었던 질문들의 상당수 학생들이 만든 질문들 속에 그대로, 혹은 원석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 문제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자신들이 만든 문제가 실제로 시험에 나온다는 것이다. 시험이 끝난 후 어떤 학생은 자신이 시험문제를 예언한 것인 양 우쭐해 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학생이 그 문제를 만들지 않았더라도 그 문제는 출제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문제출제의 기준이 중요도라는 것에 있다. 중요한 문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만든 문제가 서로 겹치고, 학생들이 만든 문제가 시험에 출제된다. 더러 교사가 중요도에 난이도를 더한 문제를 지필시험에 출제한다 해도, 그것이 수업 중에 학생들과 함께 확인한 중요한 것들의 조합이나 탐구, 분석, 통찰이라면 학생들도 충분히 수긍한다. 우리가 수업시간에 그렇게 합의했듯이, 그 문제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 문제

문제가 있다. 모둠대항 질문게임을 진행하면 설명문이나 간단한 논리의 논설문 정도는 교사의 별다른 개입 없이도 학생들의 이해가 높은 수준에 닿는다. 그러나 이 장점 많은 수업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은 사실 확인 질문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교사가 그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바탕글을 이해하는 데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과정이 없다면 우리의 대화는 헛돌고, 이해는 오해로 추락하고, 상한 감정과 불쾌만이 남을 것이다. 우리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을 정확히 가려내는 것,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대화는 50프로 성공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우리의 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말 나누어야 할 대화는 묻고, 따지고, 비판하고, 추론하며, 상상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나누려는 대화의 나머지 50이며, 혹은 그 이상이다. 5050을 넘어 새로운 100과 또 다른 100으로 자신을 확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교사가 학생들과 정말 나누고 싶은 대화는 이 부분이다. 학생들과 함께 묻고, 따지고, 비판하고, 추론하고 상상하는 수업을 국어수업 속에서 해 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것도 교사가 지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질문으로 수업의 동력을 삼는 수업은 어떻게 가능할까? 다음의 방법을 제안한다.

 

. 해결

1) 모둠 함께 질문게임

 

모둠별로 중요한 질문 1개를 만들어 교사에게 전하도록 한다.

교사는 질문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칠판에 기록한다.

질문이 정리되면 각 모둠에서 자신들이 해결하고 싶은 다른 모둠의 질문 1개를 가져가서 10분간 모둠별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 시간에 교사는 질문의 배치를 다시 한다. 시간순서나 공간순서, 중요도 등 교사가 수업의 흐름에 맞게 배치한다.

교사가 정한 질문의 순서에 따라 모둠발표를 진행한다.

발표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학생들의 발표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 때 교사의 대응이 중요하다. 교사가 학생의 오류를 직접 비판하고 수정해 주는 것보다는 교사가 학생의 오류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학생들이 의욕을 잃지 않고, 좀 더 치열하게 질문과 토론에 몰입한다.

학생이 질문을 찾고 해답을 찾게 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논제가 정리되었다. 때로 그 논제들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서기도 했다.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들었던 질문이 지금도 저는 잊히지 않는다. “왜 창선이에게만 창선이라는 이름이 있어요?” 주현이라는 아이였다. ADHD 판정을 받고 약을 먹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다. 자신 없는 그 아이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선택한 다른 모둠의 학생들이 발표했다. “상품이 되려고 아우성치는 레디메이드-기성품의 세상에서 창선이만이 인간이니까요. 그는 상품이 되길 바라지 않아요. 배움만을 원하죠. 인간의 이름을 가질 만한 유일한 인간이에요.” 주인이 되어야 발현되는 능력이 있다. 이 수업은 그것을 이끌어 낸다.

모둠대항 질문게임을 통해서는 주로 사실 확인 등의 기초 문제가, ‘모둠함께 질문게임을 통해서는 바탕글의 의도와 관계, 주제와 핵심을 묻는 심화 문제가 출제된다.

 

2) 일대삼 질문게임

학생들이 바탕글을 읽는다. 개인별로 바탕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6개 만든다. 학습지에는 6개의 질문칸이 있고 각 질문에 3개씩 답칸이 있다. 닫힌 질문도 좋고 열린 질문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이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별로 질문을 만들고 나면 자신의 옆사람에게 질문지를 전달한다. 질문지를 받은 학생은 질문에 대한 답을 질문 밑 1번에 적는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세 명의 답을 모두 받은 후 질문지가 작성자에게 돌아오면 작성자는 모둠원의 답을 평가한다. 오답이 있다면 서로 논쟁하여 정리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교사를 불러 갈등을 조정한다. 문제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답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며 답이 여러 개일 수도 있다.

 

3) 질문해설서 만들기

학생들이 바탕글을 읽는다. 개인별로 바탕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8개 만든다. 조건이 있다. OX * 2/ 단답형 * 2/ 5지선다 * 2/ 서술형 * 2, 이렇게 4가지 유형을 각각 2문제씩 총 8문제를 만든다. 물론 정답(혹은 모범답안)도 학생이 만들어야 하며 해설서도 작성해야 한다. 이 작업은 사전에 고지되고 2시간에 걸쳐 작성하며 오직 수업시간에만 작성할 수 있다. 이 결과물은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전 한 번씩 진행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일이 고스란히 지필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이 된다. 학생들의 논리적 엄밀함과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중요한 것을 소홀히 여기는 학생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수업을 소개했을 때 학생들이 외워서 하면 어떻게 하냐는 여러 선생님들의 조심스런 걱정이 있으셨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심지어 그것을 외웠다는데...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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