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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맛집

스타일

by 인강 201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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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모 회지에 보낼 영화수업이야기를 친구에게 써 냈다. 다크나이트 수업 이야기였다. 친구는 불만스러워했다. 너무 무겁단다. 그리고는 김연수-김중혁의 영화이야기집 <대책 없이 해피엔딩>을 권했다. 그정도의 스타일을 친구는 원한다며 친구는 조심스레, 아주 많은 말들로 나를 토닥이며 달랬다. 그래도 툴툴거리는 마음은 여전했다. 내 스타일이 어때서...

 

이 책은 씨네21에 오랜 친구인 그들이 번갈아 가며 쓴 칼럼을 모은 것이다. 한 편을 읽자마자 친구의 말이 이해가 갔다. 내글, 무겁구나. 그들의 글은 무겁지 않고 발랄했으나 날카로웠으며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후로 내내 가벼움에 대해서 생각했다. 가벼운대 마냥 날려대지는 않는. 한 번 놓으면 하늘 끝까지 날아가버려서 무심결에 놓친 어린 사람들 울려 놓는 그런 한정 없는 가벼움 말고,  둥실 둥실 하지만 적당히 숨도 들어가서 어린 사람들이 때로 놓쳐도 둥실둥실 그들의 손에 잡힐 만큼만 떠올라 그들과 어울려 놀 줄 아는 그런 가벼움, 딱 그만큼이 그들의 발랄함의 근원이었다. 김연수에 끌렸으나 김중혁에 즐거웠다.

 

내 글은 왜 무거웠을까? 혹, 무거워 보이려 한 건 아닐까?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성찰의 글(에 다가가려고 애쓰는 것에 더 가깝지만..)이었고 성찰의 글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 내가 익힌 스타일이었다. 지금도 나는 글이란 성찰이어야 하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벼움이라니.. 가벼운 성찰도 가능한 건가? 아니, 가볍게 성찰해도 되는 것인가? 그걸 스타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가?..

 

그들은 가능할 것이다. 그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비아냥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라면 진정 가벼움으로도 성찰은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내게 낯설 뿐.. 그러나 가볍든 무겁든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실천이고 변화가 아니겠는가. 가벼움으로 한 발 더 나아 갈 수 있다면 무거움으로 제 위선을 가리려는 모자람따위 돌아볼 것도 아니겠지. 가벼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나는 얼마나 무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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