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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맛집

'자식 키우기'라는 사업

by 인강 201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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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안해랑 밥을 먹다가 지난 작은학교 이야기라는 다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꼭 보고 싶었는데 잠깐 책 읽다 잠들어버려서 보지 못했다. 나중에 들으니 남한산 초등하교를 비롯한 전국에 몇 개, 꿋꿋하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작은 학교들의 이야기였다 했다. 안해도 같이 보려다 결국 못보았는데, 점심 때 동료들 사이에서 마침 그 이야기가 나왔단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학교에서 살기를 바라는 한 동료의 이야기에 공감하다 같은 이야기를, 아주 싸늘하게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눈빛을 읽고 잠시, 어질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아마 그럴테다. 아이를 키우는 일을 '사업'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률을 뽑아내는 사업. 경쟁과 효율이라는 유일무이한 방법론에 성적이라는 데이터를 분석하며 정보와 훈육, 적재적소에 찔러 넣는 촌지의 기술까지 섭렵하는 일. 30년 동안 한 1억 쏟아 몇 개 손꼽는 대학 출신의, 연봉 3000만 이상의, 4-50년 안에 10억대 자산가로 내 아이를 키우면 그것으로 '성공'이고 '대박'이며 훌륭한 '교육'이라 여기는 사업. 온갖 이들이 숭앙하는 그 대단한 사업에 열과 성의를 다해 전문가로 변신하려는 오늘, 그 많은 '부모'라는 사람들 속에서, 나 역시, 어질, 한다.

 

 

 그러나 난, 내 아이를 밑천으로,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 아이가, 행복한 '사람'으로, 사람과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 넉넉치는 않아도 굶을 걱정, 잠자리 걱정 정도는 무난하게 해결할 정규직 일자리를 어떻게 이룰까 걱정하는 맘, 물론 적지 않지만, 그래도, 내 아이로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 만큼은 정말, 없다. 세상살이가 그렇게, 지루한 건 아니라는 걸 좀 늙으막까지 몸으로 느끼면서, 또 나누면서 행복한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 낼 줄 아는 꽤 괜찮은 '사람'으로 내 아이를 키울 수 있었으면 싶다.

 

 

  

쉽지 않다. 혼자서는 불가능이다. 휩쓸려 가겠지. 그래서 사람이 필요하다. 함께 꿈꿀 수 있는 사람.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에, 대단한 곳보다는 부족한 곳에 모이겠지. 

 
 
 

그렇게 찾다 만난 잡지가 있다. "고래가 그랬어" 대학 때 만난 이후로 내내 깨우쳐 주는 글로 내 뒷통수를 빡빡 때려서 나 혼자 '동네 형님'으로 여기는 김규항 씨가 만든 잡지다. 그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이제 무슨 일을 하는가..궁금했었는데, 내 어설픈 추측을 또 한번 박살내고, 그가 뛰어든 일이었다.  

 

어린이 잡지.

 

'어린이', 잡지.

 

그는, 30년 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래동무들이 한자리에 모인단다. 좋은 공연도 준비했단다. 올 해부터 정기구독을 신청해서 미처 읽지는 못하고 쌓아놓고 있긴 하지만, 고래동무가 되고 싶은 한 사람으로 나도 꼭 가 보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술 한 잔.. 금요일 밤이니.. 재밌겠다. 어떻게 해 봐야지..흠..^^

 

  

 

 

 

 

 

 

 

 

 

 

덧말..

 

고래동무가 뭐하는 사람들인가 궁금한 이들에게 좋은 설명이 될 글이 있어 덧붙인다.

 

 

 

 

 

어린이 ‘정신세계’를 둘러싼 전쟁

[우석훈의 세상읽기]

2009년 09월 21일 (월) 09:37:39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webmaster@pdjournal.com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가장 최근에 내가 끝낸 책은 대학생들을 독자로 설정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 계약한 책 역시 학부 1~2학년을 위한 방법론 기초에 관해 서술했다. 대학생들은 책을 잘 읽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대학생용 책은 상업성이 없다고 별로 권유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처럼 대학생들이 취업용 공부나 고시용 공부 외에는 관심 없어 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대학생들을 위한 책들을 좀 쓰려고 한다.

가끔은 10대들을 위한 책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10대라고 할 때에는, 좀 특별한 10대를 독자로 상상한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아니면 까뮈의 〈페스트〉 같은 책들은 대체적으로 10대 때 읽는 소설책이기는 한데, 이상하게 나이를 먹으면 이런 책들은 잘 안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겹고 재미없는 책들을 읽는 시기가 10대가 아니던가! 물론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 정도는 읽었을 것이라고 설정된 10대들을 위한 내 책은 그렇게 상업적인 책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내가 가장 어려워하고, 아직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것이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13살 미만, 그들이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몇 년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나는 도저히 그 입구를 찾지 못했다. 출판사에서 가끔 어린이용 책이나 원고에 대해서 부탁을 하기는 하는데,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중이다. 그리고 돌아서서 권정생 선생이나 이오덕 선생 같은 분들의 책을 읽어보면, 새삼 이 분들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최근의 아동문학에도 몇 가지 흐름들이 있고, 어른들이 본다면 엽기적일 정도로 무서운 얘기들과 현실적인 얘기들을 어린이들이 잘 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무조건 곱고 아름답고 예쁜 ‘요정 얘기’만 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최근의 아동 문학의 유행을 몇 가지 살펴보시길 바란다. 한국에서 아동 문학이 본격적으로 다시 살아난 것은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어린이던 시절, 그러니까 10년 전, IMF 지나고 막 한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직후의 일이다.

 

 

▲ 어린이 월간잡지 <고래가 그랬어>

이걸 출판계에서 보통은 386들의 2세가 어린이가 되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 동화책이나 맘껏 사주고 싶었던 부모들의 바람이 시장 내에서 현실화된 것으로 해석한다. 진실인지, 아닌지, 그건 아직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격동의 386들의 2세 흐름이 지나가고, 다음 흐름이 생기면서 여기에도 위기가 오는 중이다. 아동 문학 내에서의 위기가 아니라, 다른 것과의 경쟁이 생긴 것이다.

이 흐름을 이끌고 나가는 것은 경제단체와 경제신문들이 주도하는 어린이 경제교실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어린이들을 ‘경제적 동물’로 만들기 위한 지독할 정도의 경제근본주의를 신봉하는 경제 신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아동들의 시간을 놓고 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2009년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만화 천자문’으로 상징되는 아동용 학습만화 등 돈 잘 버는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서 배워야 할 것들이 어린이 경제교실과 한 축을 형성하고, 동화와 만화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각 등 경제가 아닌 기본 소양을 알려주고 싶어하는 동화책과 어린이 생태캠프 같은 것들이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어린이를 돈만 아는 존재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돈이 아닌 것도 세상에는 존재한다고 하는, 일종의 감성과 양심을 가진 존재로 자라나게 할 것인가, 이게 거대한 전선이 된 셈이다. 이 반대의 전선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또 실제 어린이들도 재미있다고 하는 매체가 바로 〈고래가 그랬어〉라는 만화를 주축으로 하는 어린이 종합교양지이다.

어린이들에게 돈을 가르치고, 재테크를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만화를 집어들고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볼 것인가, 이게 우리가 맞을 다음 시대를 위해서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자. 지난 정부에서 KBS와 MBC 모두 어린이들에게 돈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던가? 돈이냐, 꿈이냐, 어린이의 정신세계를 둘러싼 이 전쟁은 눈물겹도록 치열하다. 누가 이데올로기는 종말 했다고 감히 말하는가! 경제근본주의와 이걸 막으려는 싸움, 그 어린이들의 삶과 정신을 둘러싼 싸움이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경제단체와 경제신문이 주도하는 어린이 경제교실 앞에 혼자서 버티고 있는 〈고래가 그랬어〉, 그 고단한 싸움에 경의와 지지를 보내고 싶다. 참고로, 지금 OECD 국가에서 어린이들에게 돈을 정색을 하고 가르치는 나라는, 이 고단한 나라, 대한민국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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