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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브랜딩/툴툴툴- 소통

군대에서 빛을 발한 문학수업

by 인강 201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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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10

쌤 오랜만입니다. 요즘도 아이들 재미있게 가르치시고 계시나요?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게 어느 새 5년입니다. 무척 신기해요. 요즘 걸그룹을 보면 다 20 전후던데 고딩들도 많고 참, '애새*다' 싶습니다. 신기해요.

또 어느 새 상병입니다. 이등병 때 상병만 되면 너무 좋겠다 했는데 벌써 그렇게 됐네요. 또 몇 달 지나고 휴가 몇 번 나갔다 오면 병장되고 전역하고 복학하고 그러겠죠?

이번에 연락 드린 북스터디는 소대끼리 모여서 같이 책 읽고 독후감 모아서 내면 1등이 휴가 5일을 받는 프로그램 입니다. 2월에 3소대가 수상을 해서 '우리도 휴가 받자'하고 제가 애들 모아서 실시를 했습니다. 근데 막상 모이니까 어떤 식으로 할 지 1도 모르겠더라고요. 막상 애들은 불렀는데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예전에 문학수업 했던 걸 거의 그대로 가져와서 진행했습니다. 조별로 같은 책을 읽고 주제 정해서 토론하고 토론한 것 이것저것 생각해서 독후감 쓰는 형식입니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더라고요. 애들이 '저 사람은 어떻게 이런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지?' 신기해 하는데 선임이니까 차마 이거 고딩 때 했던거야 말은 못하고 그냥 있습니다. ㅋㅋㅋ 진행하면서 비협조적인 인원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생가만큼 애들이 독후감 잘 쓰지도 못해서 힘들기도 하고 훈련도 많아 피곤한데 '내가 리더니까'하면서 힘든 거 좀 참고 밤마다 정훈과에 제출할 리포트도 만들고 보람 있던 한달이었습니다. 한 달 내내 '너무 상 받고 싶다. 내가 잘 해서 애들 휴가 챙겨주고 싶다' 이런 생각에 잠도 안왔느데 상은 못탔어요. 속이 끓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도전해서 5월은 꼭 휴가 받고 싶습니다. 막내 여자친구가 8월에 미국 유학 간다고 그런데 꼭 휴가 받아서 나가고 싶다는데 너무 간절해 보이니까 책임감도 생깁니다.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아이들이 '수능에 도움도 안되니까 이런 거 하지 말지'했는데, 큰 그림을 보면 군대에서 그 수업이 이렇게 빛을 발할 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월 한달간 저희가 했던 거 일부분 모아서 보냅니다. 이걸로 수상해서 여름에 꼭 찾아 뵜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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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편지. 군대에서 빛을 발한 문학수업. 결국 경영학과를 지망했으나 마지막까지 교사를 고민했던 제자. 문학수업의 그 즐거움을 잊지 못해 문과대를 기웃거리다 청강을 저지르곤 하는 제자. 박민규론을 발표하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 갑을고시원 체류기 수업을 떠올려 다시 찾아와 토론을 벌였던 그 제자. 그 제자가 군대에서 편지를 보내왔다. 녀석의 편지와 동기, 선임, 후임 군인들과 함께 나눈 글을 읽으며 즐거웠다. 위글은 제자가 보낸 편지. 제자의 허락을 얻어 이곳에 올린다. 그리고 그에게 보낸 나의 메시지.

 

" 후임들과 동기들과 군의 존재에 대해, 군법과 탈영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글을 읽으니 

우와...정말 소름이다. 멋지다. 

그곳만큼 탈영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고민이 가장 치열할 만한 곳에서 고민의 동기와 계기를 마련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훌륭하다. 

너와 함께한 다른 동료들도 정말 멋진 경험일 거라 생각한다. 

책이 삶과 함께 할 때, 그 몰입과 진지와 치열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 

멋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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