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브랜딩/툴툴툴- 소통

김병섭-장강명-알바생자르기-독서토론수업-유의사항

by 인강 2019. 10. 17.
반응형

일단, 노래 한 곡 들으시면서.. 꼬우!!

https://www.youtube.com/watch?v=EqVMZhGYM48 

 

 

 

우앗 ^^ 반갑습니다 소연실 선생님. 저 거제도 엄청 좋아하는데. 조용하고 한적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산책길이 지천에 넘치는 곳...아...생각하니 또 가고 싶네요 ^^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군요. 반가움과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합니다 ^^;;
논제는 이미 잘 만드셔서 보탤 말이 없습니다 ^^;; 그냥 참고하시라고 제가 만들어 학생들과 이야기 나눈 것을 전합니다. ^^

알바생자르기 논제
1. 혜미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지 판결하고 그 근거를 본문에서 찾아 3가지 이상 제시하시오.

2. 약자에 대한 은영 남편의 의견에 대해 찬반의 입장을 밝히고, 이 소설에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약자가 누구인지 선정하여 그 이유를 본문에서 찾아 서술하시오.

[은영남편: 걔도 알바를 열 몇 개나 했다며. 그 바닥에서 어떻게 싸우고 버텨야 하는지 자기도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요령이 있는 거지. 어떻게 보면 그런 바닥에서는 우리가 더 약자야.]

3. 혜미의 반격이 자신과 회사에 대한 배신(뒤통수를 친 행동)이라는 은영의 주장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그 근거를 본문에서 찾아 3가지 이상 서술하시오.

4. 혜미의 해고 1년 후, 오전근무로 채용한 청년이 혜미와 같은 방식으로 해고되었다. 이를 독일 본사의 노동-고용 슈퍼바이저가 알게 되었다. 독일 본사의 노동-고용 슈퍼바이저 입장에서 한국지사 사장과 은영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고발의 사유를 본문에 근거하여 3가지 이상 서술하시오.

 

 

 

토론수업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점이 있어요. ^^;;

토론의 쟁점을 자료의 싸움이냐 논리의 싸움이냐를 교사가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일반적인 토론의 경우 대부분이 결국 자료의 싸움이 되어 버립니다. 관련 자료에 대한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들의 경우 특정 자료의 이름값을 들이 밀면 토론이 진행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그 이름값에 주눅 들지 않고 자료와 자료를 잇는 논리의 오류를 찾아내거나 자료 자체의 오류, 혹은 자료를 선정한 전제 자체의 오류를 논박해야 하는데 학생 수준에서 이런 작업은, 전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토론 수업은, 학생들 사이에 자료의 격차를 최대한 줄이고, 공통의 정보 안에서 그들 사이의 논리를 가늠하고 다투게 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단편소설 독서토론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 함께 읽은 단편소설이라는 공통의 자료에서 모두 다 보았지만 모두 다 보지는 못한 것과, 혼자만 보았다고 여겼지만 혼자만 보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정말 스릴 넘치고 재밌거든요.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만들려면 먼저 학생들이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하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EqVMZhGYM48 

 

 


장강명 작가님의 알바생 자르기 같은 경우, '부당해고'에 대한 학생들의 정보가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사장 마음에 안들면 짜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일반적이에요. 어쩔 수 없다고,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정보보다 더 부족한 것은 해고에 대한 감정인 듯해요. 학생들에게 해고는 그리 큰 일이 아니에요. 알바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이 부분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관련 정보가 정리된 자료도 간단하게나마 함께 확인하고, 해고를 당하는 사람의 삶과 감정과 상황에 대해서 최소한 짐작이라도 한 번 해 보게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토론에 긴장감도 없고, 쉽게 결론이 나더라고요." 짤라요, 그냥. 알바잖아요 "

 

마지막으로, 음...이건 덧말인데요...^^;; 생각보다 학생들이 혜미의 해고에 쉽게 공감하지 않아요. 이 소설로 수업을 진행해 본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경험이었어요. 전반적으로요. 왜그럴까 생각해 보다가 지금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고 자체보다 다른 데 있는 듯하다는 것이었어요. 특히나 어느 지점부터 그 호응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그것은 혜미가 법률적인 지식으로 무장하고 회사측을 공격할 때에요. 제가 만난 학생들은 약자가 강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듯해요.

이 부분이 전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장강명 작가의 매력이자 묘수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학생들한테는 그렇게 다가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에 장강명 작가님이 혜미가 법률로 무장하고 회사를 공격하는 장면 없이 그냥 혜미가 쫓겨나고 핍박받고 퇴직금도 못받고 다리는 더 아프고 집에서도 쫓겨나고 막 그런 식으로 피해자의 극한으로 밀어 올렸다면 학생들의 혜미에 대한 동정과 지지는 최대한으로 올라갔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지 않죠. 약자가 약자로만 머물지 않죠. 이 부분을 지날 즈음부터 학생들이 혜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해요. 혹은 법률적 지식으로 회사를 공격한다고 해도 그게 해미가 공부하고 경험으로 익힌 지식, 그러니까 자신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대단하고 정의로운 변호사, 인권운동가, 잘생기고 멋진데 똑똑하기까지 한 청년 등등의 힘을 빌려서 회사를 공격했다면 이렇게까지 냉담하지는 않지 않았을까 짐작해요. 물론 짐작이지만, 음...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왠지 그럴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게 이해가 안되었는데...

지금 제 결론은, 제가 만난 학생들은 혜미를 경쟁자로 본다는 것이었어요. 혜미가 피해자나 망연한 약자로 머물 때는 동정하고 걱정하고 혜미가 당한 억울함에 공감하지만, 혜미가 싸우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순간 혜미는 경쟁자가 되는 것이죠. 혜미가 누군가 대단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응원하지만, 혜미가 스스로 강한 사람이 되는 것에는 응원이 나오지가 않아요. 차라리 혜미가 수퍼파워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면 그냥 즐길 수 있죠. 어차피 일어날 일도 아니고 일어난다 해도 어쩔 수 없죠. 나는 절대 수퍼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혜미처럼 내가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동일시하게 되는 대상이 무언가 나와 비슷한데 나보다 못했다가 뭔가 나보다 잘 나가는 것을 보면, 그때부터 마음을 닫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고..덧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민망하게 ^^;; 암튼 드리고 싶은 말씀은, 생각보다 토론이 생각만큼 막 불이 붙지 않거나 오히려 해고를 정당화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시고 수업을 준비하시는 게 좀 더 즐거운 수업을 위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으윽... 너무 길었네요. 죄송해요 ^^ 하하.

겨울에 꼭 뵙고 한탄과 울분과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꼭 뵈어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