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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단편소설로 수업하기

by 인강 201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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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적

독서토론(토의)수업의 장점은 교사보다 학생들이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업의 중심이 교사에서 학생들로 옮겨가는 것이지요. 수업의 틀과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교사의 몫이지만 그 안을 채우는 것은 학생들의 이야기여서, 학생들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수업의 주인공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공이 될 때, 진짜 배움이 시작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먼저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친근하면서도, 쉽고 간결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과 상황을 고르는 일입니다. 지나친 부담으로 시작하는 토론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굳어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말 한 마디 없이 조용하거나 자기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가는 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지치게 합니다. 때문에 다시 한 번,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친근하면서도 쉽고 간결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과 상황을 고르는 일이 중요하지요. 그런 면에서 SF 단편소설은 참 매력적입니다.

 

 

2. 매력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 부릅니다. 전해진 낱말에 없는데도 굳이 붙여놓은 ‘공상’이란 말에는 과학소설을 존중하기보다 얕잡아 보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럴만합니다. SF라며 나서는 작품들 중에 SF의 매력을 잘 풀어낸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대개의 SF소설(혹은 SF영화)들이 화려하고 날렵한 소품에 집착할 뿐, 진리의 놀라움이나 갈등의 긴장을 잘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공상’이라는 유혹에 작가가 타협했기 때문일 겁니다. ‘공상이므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 뒤로 작가가 숨는 것이지요. 작가가 치밀하게 채우지 못한 이야기의 빈자리를 '공상'으로 때울 때 SF는 실패합니다.

 

SF란 Science Fiction - 과학소설입니다. 과학과 소설은 언뜻 서로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과학은 명백한 근거로 정리된 논리이며 소설은 허구를 바탕으로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과학은 소설이 아니며 소설은 과학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소설에서 시작하며 소설은 과학을 지향합니다. 과학이란 증명되지 않은 가설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하고 소설은 우연이 치밀하게 겹치는 필연에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학과 소설의 미묘한 겹칩을 파고들어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SF-과학소설입니다. 지금은 없으나 언젠가 우리 곁에 있을 듯한 과학적인 소품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으나 이 우주에 분명히 존재하는 과학적 진리들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들의 선택과 질문과 상상이 갈등하는 이야기가 바로 SF인 것이지요. 소품의 화려함에서 멈추지 않고 우주 진리의 놀라움과 갈등의 긴장을 파고들어 SF의 매력을 한껏 펼치는 일은 물론 쉽지 않습니다. ‘공상’이라는 유혹에 작가들이 흔들리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 유혹을 물리치고 진정한 SF에 도전한 작품들도 우리 곁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 작품들을 만나 그 화려함과 놀라움과 긴장을 누리는 것이 SF수업의 목표입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질문하기>, <선택하기>, <상상하기> 세 가지의 방법으로 토론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소설은 단편소설을 골랐습니다. 단편소설은 한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두 읽을 수 있는 분량이면서도, 그 안에 세상과 사람에 대한 매력적인 질문과 선택과 상상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 너 시간동안 몇 가지의 활동을 더하여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소설의 재미와 의미를 깊고 넓게 나눌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거기에 SF영화들로 이야기를 확장하면 학생들의 집중이 더해집니다. 학생들과 함께 집중력 있고 밀도 있는 수업을 이루고 싶은 교사에게 추천합니다. 수업진행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3. 방법

가. 기본 내용 파악

① 소설읽기

: 교사가 SF단편소설 한 편을 워드로 옮겨서 학생 수만큼 준비하여 모두 같이 읽습니다.

② 줄거리파악

: 교사가 A4 1쪽 분량으로 글의 주요 줄거리를 요약하고 빈칸을 만들어 학생들이 채우도록 하거나 간단한 퀴즈를 내서 학생들이 맞추게 하며 줄거리를 함께 나눕니다. 글의 기본내용을 파악하는 시간입니다.

 

나. 깊고 넓은 이해

① 모둠별 탐구주제 선정

   : 글을 그냥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교사 혹은 학생들이 함께 조사합니다. 학생들이 조사를 할 경우 모둠 전체 주제를 정하고 모둠원별로 소주제를 정하게 합니다. 교사의 검토를 받습니다. 예) 모둠주제 : 외계인 / 소주제 : 외계인 상상, 외계인 접촉사례, 외계인 존재 가능성

② 인터넷 자료조사

   : 도서실이나 컴퓨터실을 활용하여 인터넷 조사를 합니다. 특히 컴퓨터실에서 인터넷 조사를 하면 학생들이 굉장히 열중합니다. 새롭고 놀라운 자료도 참 많습니다.

③ 모둠 발표

   : 4명 모둠원이 각자 PPT 5장 이내로, 모둠 전체가 20장 이내로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PPT에는 되도록 이미지를 활용하고 꼭 필요한 낱말만 간단하게 쓰게 합니다. 나머지는 설명으로 대신하게 합니다. 모둠발표는 자신이 조사한 내용은 자신이 발표하게 합니다.

④ 질의-응답

   : 모둠 발표 중에 의문이 드는 것을 메모하였다가 한 명이 발표한 후 곧바로 질문을 이어갑니다. 대개의 학생들이 질문을 잘 찾지 못하거나 머뭇거립니다. 이 때 교사가 먼저 질문을 꼼꼼하게 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북돋워야 질의-응답이 잘 이루어집니다. 들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입니다.

 

다. 비판적인 측면의 감상

학생들이 소설의 인물과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히는 부분입니다. 교사 혹은 학생이 제시한 논제에 대해 학생들이 모둠별로 토론하며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히되 그 근거를 소설 안에서 찾아야만 합니다. 책상배치를 ‘ㄷ’자로 해서 학생들이 서로의 얼굴을 모두 마주할 수 있도록 합니다.

 

라. 자유로운 상상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상상하며 토론할 만한 논제를 교사가 제시하면 학생들이 모둠별로 토론하고 발표합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개인별로 글쓰기를 합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이야기하되 모든 근거를 바탕글 안에서 찾게 합니다.

 

‘가’와 ‘나’를 기본으로 하고 ‘다’와 ‘라’를 소설에 따라 선택하여 적용합니다. 이 때 작품에 대한 질문과 대답, 비판과 상상의 근거는 모두 소설에 제시된 구체적이고 명확한 상황과 맥락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원칙이 없으면 토론이 방향을 잃고 방황하거나 근거를 알 수 없는 자료와 주장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워질 위험이 대단히 커지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내용과 성격, 교사의 취향과 판단, 학생들의 성별과 수준에 따라 다양한 수업이 가능합니다. 그 중에서 여러 소설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수업방법을 <질문하기>, <선택하기>, <상상하기>라는 주제로 유형화 하였습니다. <SF단편소설 수업사례>를 바탕으로 이 세 가지의 수업방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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